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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3] GQ 10월호 아이돌 가부장제

GQ 10월호


아이돌 가부장제

 


아이돌 산업은 가부장제 덕분에 성공했다. 기획사 사장은 부모처럼 아이들을 훈육했다. 아이들은 아이돌이 되었지만 남의 아이들이었다. 엄마가 말했다. “ㅈㅇㅈ 친구들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나이도 어린데 굴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네요” 지난 7월말이었다. KBS가 ㅈㅇㅈ에 출연불가 통보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유명아이돌의 어머니는 내심 ㅈㅇㅈ를 응원하고 있었다.


“아이돌 가수를 자식으로 둔 부모라면 누구나 ㅈㅇㅈ를 응원할 수밖에 없을걸요. 소속사에 불만이 있어도 아이가 다칠까봐 맞서질 못해요. 스엠의 힘은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kbs도 꼼짝 못하잖아요”

 


엄마 곁에는 한 벤처 회사 사장이 앉아 있었다. 사장은 말했다. “한국 언론은 용기가 없어요. 스엠이 무서워서 누구도 ㅈㅇㅈ편을 들어주지 못하잖아요. 아이돌 스타와 기획사의 노예계약 관행은 이참에 뿌리뽑혀야 합니다.” 사장은 인터넷 미디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도 아이돌은 킬러콘텐츠다.


이 엄마의 아이돌 딸이 당장 소속사를 탈퇴한다면 사장이 맨 먼저 손을 내밀 입장이었다. 이미 사장은 음양으로 모녀를 도와주고 있었다. 탈차를 골라주고, 살집을 구해줬다. 딸을 아이돌 스타로 키운건 지금의 소속사지만, 엄마는 다른 회사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2009년 11월 1일 동방신기의 정윤호와 심창민은 성명서에서 밝혓다.

“한마디로 세 명이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고부터 모든 것이 변했던것 같습니다. 그 화장품 회사가 올바르고 정상적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있는 소속사인 SM과 먼저 정식으로 상의를 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속사와는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멤버들 개인에게 접귾여 편법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화장품 회사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도저희 이러한 사업에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동방신기해체의 도화선은 겉보기에는 화장품이었다.

진짜 화근은 부모였다. SM엔터테이먼트는 동방신기 다섯명을 통제할수 있었다. 동방신기 부모 열 명은 통제할수 없었다. 화장품 회사는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 까다로운 회사가 아니라 동방신기의 부모한테 접근했다. SM한테 동방신기는 부모의 자식이기 전에 회사의 자산이었다. 부모들한테 동방신기는 SM의 자산이기 전에 부모의 자식이었다. SM에서 동방신기 부모가 맺은 계약을 가로막자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우리자식을 착취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회사와 부모의 싸움은 동방신기해체로 이어졌다. 결국 부모 말씀을 듣는 세명은 ㅈㅇㅈ가 됐다. 회사 말씀을 따른 두 명은 동방신기로 남았다.

 


한국아이돌 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은 작은 시장의 크기가 아니다. 낮은 성공확률이 아니다. 부모다. 나이 어린 아이돌 스타는 소속사의 절대적인 통제를 받는다. 반면에 아직 미성년인 아이돌 스타에 대한 법적 권리는 사실상 소속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부모한테 있다. 연예계란 원래 스타와 스타의 친구들이 공생하는 생태계다. 스타도 친구들의 조력과 인맥이 필요하다. 머리를 만져준다거나 옷을 입혀줄수도 있다. 출연계약을 도와주거나 광고계약을 주선해주고 수수료를 받을때도 있다. 기업인이나 재력가에게 다리를 놓아줄때도 있다.


예전엔 그런식으로 친구들이 스타에게 접근할수 있었다. 매니저가 있었지만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돌 스타가 등장하면서 연예게 세계가 교란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도무지 아이돌 스타들한테 접근 할 수가 없었다. 연습생 때부터 소속사가 모든 걸 독점하기 때문이다. ‘친구들’ 대신 아이돌의 부모를 겨누기 시작했다. ㅈㅇㅈ가 계약했다던 화장품 회사도 그런 경우다.

 


아이돌 스타는 부모가 낳았어도 기획사가 키운 존재다. 기획사 프로듀서가 양아버지고 기획사 사장이 양어머니다. 아이돌 스타는 한국의 가부장제 문화가 낳은 피조물이다. 기획사가 이제 겨우 10대 초반인 연습생들한테 아낌이 투자하고 혹독하게 훈련시킬 수 있었던건 스스로 양부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아이돌 육성은 데려다 키운다는 마음으로 매달리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시작하기 어렵다. 실패확률은 너무 높고 위험부담은 너무 크다. 그래서 SM같은 기획사는 회사라기 보다 직업인 양성학교에 가깝다. SM은 학생들한테 주입식 교육을 시킨다. 한 아이돌 스타는 “춤과 노래의 비결은 오직 반복일 뿐” 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엄격한 상하관계가 없으면 훈련생은 혹독한 연습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획사는 대책없는 투자를 지속하지 못한다. 이런 기획사 제도가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이다.

 

사장과 직원 관계를 넘어 선생과 제자거나 아버지와 자식 같은 관계를 맺는다. SM안에서 이수만 프로듀서는 선생님이라 불린다. JYP 엔터테이먼트 안에 들어가면 원더걸스도 어린꼬맹이일뿐이다. 그런 가족적 신뢰가 성공의 발판이 된다. 사실 아이돌이란 존재를 처음만든건 할리우드 연예계다. 1990년대 뉴키즈 온더블록 같은 아이돌을 처음 배출했다. 정작 아이돌 산업은 할리우드에서 도태되었다. 미국적 가치관으로 키워졌기에 배신해선 안된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계약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미성년인 아이들을 데려다가 훈련을 시켜서 스타로 만들면 한국에선 박수받을지 몰라도 미국에선 청소년 학대라고 비난받는다. 한국과 일본에선 아이돌 산업에 유교적 가치관을 접목시켰다. 스승은 아낌없이 가르치고 제자는 철저하게 복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획사들도 기업이다. 연습생들도 말이 자식이지 친자식이 아니다. 노예계약서가 등장하게 됐다. 21세기에 가부장적인 신뢰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아이돌 가부장제에 균열을 낸 건 또 다른 가부장제였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친무부모들 이었다. 대학입시와 똑같다. 아이가 어느학교에 지원하게 할지는 결국 3년동안 가르친 선생이 아니라 속으로 낳은 부모한테 있기 마련이다.


ㅈㅇㅈ가 그런 경우다. 심지어 ㅈㅇㅈ는 SM의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주입식 교육으로 기꺼이 받아들여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이 이제와서 주입식 교육은 학생을 노예로 만든다고 비난한 꼴이다.

 


“기획사 입장에서 보면 응징해야 할 만큼 ㅈㅇㅈ의 행동이 나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대형기획사 대표는 딱 잘라 말했다. “SM이 연예계 이곳 저곳에 어떤 압력을 넣고 있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확인해 볼수도 없습니다만 분명한건 ㅈㅇㅈ가 SM에게 그런일을 당해도 할말이 없다는 겁니다.” 아이돌 가부장제가 뒤틀리는 지점이다. 기획사들한테 만연한 가부장적 사고방식은 회사를 떠난 자식들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사이 대형소속사한테 파문당한 아이돌 스타들도 생겨나고 있다. 필연적인 현상이다. 누군가 뜰 수 있다면 누군가는 낙마할 수도 있다.

 


대형 기획사 대표는 말했다. “요즘 우리 기획사에 와서 소속 아이돌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하다가 거절당하면 우리회사를 나간 아이들한테 가요. 양쪽의 경쟁과 갈등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거죠” 하지만 집 떠난 자식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한번 기획사에서 버림받아다고 연예계에서 퇴출된다면 기획사는 폭력적 아버지가 된다. 일본이 그런 경우다. 일본에선 한 소속사에서 탈퇴하면 다른 소속사 어디에서도 받아주질 않는다. 일본 아이돌은 무대 위에서 뛰어놀기보다 기획사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한국아이돌이 생동감 있는건 이제까지 좋은 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이다.

 


한국아이돌 산업은 사장님과 스승님과 부모님은 하나라는 사사부일체식 유교문화 덕분에 비즈니스가 될 수 있었다. 이젠 그 가부장제가 아이돌 산업 내부에 끊임없이 균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양부모와 친부모가 충돌하고 떠난 자식은 용서하지 않는 그런 식이다.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아이돌 기획사 사장실 책상은 난으로 가득했다. 난들에는 하나같이 이렇게 쓰여있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팬들이 보낸게 아니었다. 아이돌 본인이 선물한것도 아니었다. 아이돌 스타의 부모들이 보낸 난들이었다. 그 난이 깨지기 시작했다.


 

글/ 신기주 기자.




by 텔존동갤 행복


http://bbs3.telzone.daum.net/gaia/do/starzone/detail/read?articleId=11081221&objCate1=6&bbsId=S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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